그리마는 곤충도 아닙니다. 다지류라는 완전히 다른 무리입니다. 당분이나 단백질 미끼에 반응하지 않으니, 겔은 애초에 통할 수가 없습니다.
그리마가 산다는 건 세 가지가 갖춰졌다는 뜻입니다. 습기, 먹이가 되는 벌레, 그리고 숨을 곳. 이 중 습기는 없으면 안 되는 조건입니다. 몸 구조상 수분이 쉽게 빠져나가서 마른 곳에서는 못 삽니다.
누수와 습기를 잡지 않으면, 약을 아무리 쳐도 다시 옵니다. 그래서 저희는 그리마 현장에 가면 약 얘기보다 물 얘기를 먼저 합니다. 어디가 젖는지, 왜 젖는지.
바퀴를 줄이면 먹이가 줄어서 그리마도 줄어듭니다. 다만 그것만으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.
그래서 둘을 한 번에 잡아드릴 수는 없습니다. 동선이 겹치거든요. 그리마 약을 깔면 바퀴가 그 구역을 피해서 바퀴약을 안 먹습니다.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. 무엇이 더 급하신지 여쭙겠습니다.
구역을 나눕니다. 겔은 틈 안쪽, 잔류는 개활 동선. 겔 지점 반경 30cm는 잔류 금지. 그리고 바퀴가 피하지 않는 성분으로 잔류제를 바꿉니다. 그리마는 대부분 밖에서 들어오니 실외 둘레에만 방어선을 치고 실내 잔류는 쓰지 않습니다.
대신 조건을 말씀드립니다. "습기를 안 잡으면 다시 옵니다." 이건 저희가 지는 약속이 아니라 같이 푸는 숙제입니다.